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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에세이

국비지원 IT 학원에 대해서

by 온라인 건물주 최사장 2022. 1. 7.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화두로 떠오르고,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에서 개발자가 부족하여 신입사원의 연봉이 5,000만원을 넘는다는 기사와 뉴스가 연일 뜨곤 했습니다. 인문계에 다니는 학생들 조차 취업이 어려워 프로그래밍을 배우고자 국비지원 IT 학원에 들어오는 것이 흔해졌고, 다른 직무에 일하던 사람들도 개잘자가 되기 위해 퇴사 후 교육받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5년간 국비지원 IT 학원에서 A부터 Z까지 경험하면서, 개발자 전성시대의 시작부터 최근까지 직접 겪은 1인으로서 국비지원교육을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속사정을 설명하고, 저 또한 다시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학습방법이나 내용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프로그래밍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고, 배운 것도 유효기간이 너무 짧아서 계속 배워야 합니다.

 

무작정 등록한 국비지원 IT 학원

 

저 또한 2015년에 국비지원 IT 학원에서 약 1년간 공부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4년에 사업을 하다가 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배울 곳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국비지원 교육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학원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동네 컴퓨터 학원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집 앞에 있던 곳에 무작정 가서 홈페이지 만드는 내용이라고 알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안내 팜플렛이 있었지만, 단어들이 어려워서 사실상 뭔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고, 단지 "나는 홈페이지를 만들겠다" 라는 생각으로 그 당시 가장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과정을 물어봐서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5개월 조금 넘게 프론트엔드 개발자 과정을 수강하였고, 그 다음에는 5개월 조금 넘게 백엔드 개발자 과정을 수강하면서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제서야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다닌 국비지원 IT 학원 경험

 

처음에 다닌 곳은 교육에 대해서는 딱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중도 이탈자도 많았고, 책의 범위를 넘어가면 강사분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구지 필요없는 내용까지 (혹은 NCS 교재라는 것은 1990년대의 이야기를 쓰는 등 시간이 아까워서 단체로 이건 안하면 안되냐고 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왜 그 강사가 그래야만 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들어야 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렇다고 모든게 안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저는 이쪽 분야에 전혀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느끼는 점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라고 하고서는 포토샵, 일러스트, 브랜드 디자인, UI/UX를 하고 Frontend 개발을 위한 HTML, CSS, Javascript를 배운 다음 갑자기 Java를 잠깐 하다가 Android App을 개발하는 희한한 커리큘럼이었지만, 이 또한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이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스스로 창업을 희망했기 때문에, 디자인도 모바일 앱 개발도 Frontend 개발도 다 한번씩 훑어본 것이 좋았지만, 만약 진정 Frontend Developer로서 전문적으로 취업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면 사실상 절반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커리큘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저 혼자서 홈페이지를 개발하고 싶었지만, 5개월간 배운 기술로는 기능을 구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 다른 학원을 추가로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다닌 학원은 친구의 추천으로 다니게 되었는데, 나중에 이 분야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 5개월은 다양한 분야(디자인, 홈페이지 화면구현, 모바일 앱 개발)를 맛보기로 봤다면, 이번 5개월 동안에는 홈페이지 기능을 만드는 핵심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은 없었고, Java 웹 개발 과정, 보안 과정 등이 거의 대다수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때 배운 지식으로 저는 웹을 개발하는 모든 기술에 대해 이해와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해를 했다는 것이지 혼자 뚝딱 만든다는 것은 아닙니다.)

 

 

국비지원 IT 학원 운영 시스템

 

어쩌다 보니 개발자가 되거나 창업을 한 것이 아니라, 약 5년간 국비지원 IT 학원의 설립부터 운영까지 총괄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약 1년간 다닌 학원의 시스템의 장·단점을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국비지원 IT 학원 운영은 생각보다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종 정부지원이니까 사업이 쉽고, 돈도 많이 되고, 일도 쉬울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틀린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국비지원 IT 학원을 하기 위해서는 보통 평생교육시설로 인·허가를 받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바로 운영가능한 것이 아니라, 고용노동부 등 정부지원교육을 허가해주는 곳에 "제안"을 통해서 선정이 되어야만 국비지원으로 교육운영이 가능합니다.

 

국비지원은 여러 정부기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경쟁도 치열하여 선정되기 쉽지 않고, 특히 지금처럼 취업이 어렵고 국비지원에 대한 민원이 많이 제기되는 문제로 인해 기존에 성과가 좋은 학원들만 살아남고 신규 교육기관은 선정되기가 더더욱 어려워 졌습니다. 선정이 어렵고 경쟁률이 세다는 이야기는 "제안"할 당시에 훌륭한 내용을 제안해야 할텐데, 이는 필연적으로 일종의 과장이 들어가기 쉽습니다.

 

 

가장 많이 들은 말 "진도가 너무 빠르고 너무 많은 것을 배워서 힘들어요"

 

제가 운영을 담당하며 들었던 학생들의 경우, 진도가 너무 빠르다, 너무 많은 것을 배워 힘들다, 라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평소에도 공부를 많이 한 친구는 따라갈 수 있겠으나, 국비지원을 듣는 학생의 상당수가 비전공자(개발 관련 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을 통칭 "비전공자"라고 부릅니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하는 입장에서도 진도를 맞추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들어오면서 커리큘럼이 과도한 경우를 보기가 쉬운데, 이는 정부에 제안할 때 최신 유망기술로 화려하게 장식해야 제안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학생들의 경우도 그런 유망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단순한 웹 개발 기술로는 모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조건 최신기술을 배운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국비지원 IT 학원의 인식과 현실적인 한계

 

저처럼 큰 고민없이 내가 배우고 싶고, 비용도 안들기 때문에 일단 등록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막상 제가 배우는 사람에서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되어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비지원 IT 학원은 코더(일종의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됩니다)를 양성하는 곳이고, 교육의 품질도 좋지 않으며, 좋은 곳에 취직도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원도 사업을 하는 만큼 당연히 좋은 서비스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정부지원으로 투자금도 회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는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우후죽순 국비지원 교육이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있어 전문 강사를 구하기 어려운 시점에서는, 강사료만 올라갈 뿐 실질적인 서비스에는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물론, 제 경우의 이야기일 뿐, 훌륭한 경영을 하는 학원들의 경우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결론, 국비지원 IT 학원, 다닐만 한 가?

 

이제 관련된 업을 하지 않는 입장에서 중립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르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국비지원 교육을 받을만한 사람"은 다음과 같습니다.

 

  • 프로그래밍 관련해서 배워본 적이 전혀 없는데, 인터넷이나 책만으로는 배우기 어려운 사람
    • 다만, 이렇게 경험이 전무한 경우는 목적을 먼저 명확히 한 후 최신 기술보다는 가장 널리 쓰이는 기술부터 배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신 기술을 배워봐야 취업이나 활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 프로그래밍 관련해서 전공은 했는데, 최신 기술을 빠르게 훑어보고 싶은 사람
    • 이 경우는 최신 기술을 가르친다고 하는 곳에 가도 괜찮으나, 그 기술에 대해 "마스터"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이것저것 배우면서 향후에 나만의 무기를 무엇으로 할지 결정하러 간다는 마음가짐이 더 좋겠습니다.

 

국비지원교육은 무조건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학원의 운영보다도 강사역량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영어나 공무원 시험처럼 유명한 강사가 있는것이 아니라서 이 강사가 잘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기가 어렵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능하다면 주변에 이미 들어본 사람들이 추천하는 강사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은 교육을 받을 확률로는 가장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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